2014.09.24 03:21

세월호의 비극: 통곡의 바다, 절망의 대한민국 (박명림 교수)

통곡의 바다, 절망의 대한민국: '이 못난 나라의 "패덕"을 부디 용서하지 마라' (박명림 교수)



세월호의 비극은 과연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지고 말것인가? 무뎌진 양심과 잠들어 버린 정신...부끄럽지 않은가? 세월호 사고는 "294명의 사망과 10명의 실종"이라는 사고, 그 엄청난 비극의 의미와 함께 또 다른 심각하고 거대한 위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와 그 사회의 수준과 존재이유, 현재 대한민국 시민의 의식과 가치관 수준에 대하여 궁극적 차원의 회의(懷疑)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박명림 교수의 글을 통해서 그 위기의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보고자 한다.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교수님께서 이해해주시리라 생각됩니다.)


<아래 내용은 기사 중 인용>


1. 산업화와 민주화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 선진국이라는 자만에 더해, 전자·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를 포함한 첨단산업들이 세계 선두권이라고 자랑해왔다."


"기술과 산업, 첨단화와 정보화의 이 휘황한 세계 선두권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인간위기상황이 도래하자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안전지침, 초기 연락, 위기 대응, 인명 탈출 안내, 구조작업, 정부의 합동 대처는 리더십과 책임감, 신속성과 첨단성, 통합지휘체계의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우왕좌왕 상태에서 배가 ‘가라앉고’ 꽃다운 생명들이 ‘죽어가는’ 실제 상황을 눈뜨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2. 국가 지도자의 리더쉽


"선장의 경악할 행태는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그는 위기시 한국 사회 최고 책임자들의 행동을 그대로 재연했다. 몽골의 고려 침략, 일본의 조선 침략, 한국전쟁 때, 절체절명의 국난에서 국가 지도자들은 늘 국민에 앞서 먼저 도망을 갔다. 심지어 북한의 침략 직후 대통령은 금번 선장과 똑같이 거짓방송으로 국민들을 서울에 남게 한 뒤 자기만 먼저 비밀리에 서울을 빠져나갔다. 그럴 때마다, 위난과 전화에 버려진 민초들의 죽음과 고초는 극에 달했다."


"한국 사회는 꼬리 자르기가 법치와 책임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전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사건들도 처벌은 항상 실무급들 몫이었고, 책임자는 권력의 보호 속에 건재했다. 자기 진영과 자기 이념의 유불리만을 따져 처결하는 행태의 반복 속에 국가기강은 뿌리째 무너졌다. 행정·정보기구·군·경찰·기업·금융을 막론하고 동일했다. 지도층들은 바른 애국심과 참다운 공적 윤리는커녕, 법적 책임조차 거의 지지 않아왔다. 무너진 기강, 골병든 나라, 그 썩어문드러진 표출이 지금 진도의 통곡이다."


3. 국가와 문명의 존재이유와 가치


"진도는 근본이 무너진 나라의 참혹한 표상이다. 공직사회의 책임윤리는 파탄나고, 대통령의 어떤 영(令)도 서지 않으며, 사회는 온통 권력과 돈의 힘만 난무해온 모습의 압축판이 세월호 침몰과 사후대처가 폭로하는 한국호의 민낯이다. 이게 과연 나라인가?"


"금번의 경우 한국해운조합의 38년에 걸친 낙하산·전관예우는 정부-조합-기업의 강고한 결탁을 통해 국가의 기업에 대한 합법적 규제를 불가능하게 했고, 끝내는 국민을 죽음의 바다로 몰아넣었다. 세월호 침몰은 전관예우, 관경(官經)유착, 규제완화, 규제작동 불능의 총체적 귀결이었다. 기업들과 은행들의 방만경영, 비자금 조성, 도덕해이, 규칙위반이 초래한 대재앙인 환란으로 인한 고통을 치렀으면서도 또 규제완화인가? 부동산 투기, 족벌경영, 문어발 확장과 자영업 붕괴, 카드대란, 저축은행사태도 모두 규제완화 때문이었다."


"자연상태와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이 결합된 한국적 삶에서 반(反)생명화와 반인간화는 이제 기축 현실이다. 자살률, 저출산율, 산업재해사망률, 교통사고사망률, 직계존속살인율… 즉 주요 인간지표와 생명지표들은 모두 세계 최악 수준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인간안전을 뜻하는 문명상태·국가상태(=정치상태)에 반대되는 의미의 야만상태·자연상태(=전쟁상태)에 돌입해 있다. 문명화는 모든 사람이 국가 안에서 안전과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시민자격부여, 즉 시민화(civilis)를 뜻한다. 모든 사람의 평등한 인간화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문명화는 산업화·물질화·정보화의 급진전과 반생명화·불평등화·반인간화의 극심화라는 양극단을 치달았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자살 숫자는 같은 기간 이라크 전시 사망자보다 더 많다. 한국은 평시 자기살인이 세계 주요 전쟁국가 사망보다도 더 많은 전쟁상태의 삶인 것이다. 믿기 힘든 충격적 현실이다. 타인살인, 군내 사망, 산업재해, 교통사고를 합치면 한국의 인간지표는 세계 최고의 야만성 자체다. 우리는 한국을 보며 국가발전경로에는 후진·중진·선진(先進)국뿐만 아니라 선진(善進)에 반대되는 악진(惡進)국도 있음을 알게 된다."



4.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다른 이름이다." 


"혁명이다. 돈과 물질, 권력과 허세로부터 인간과 생명, 자유와 평등을 향한 새 기풍을 진작하지 않는다면 팽목의 통곡은 머지않아 대한민국을 덮칠 것이다. 아니 팽목은 이미 한국의 압축판이고,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다른 이름이다."

"절대적 비극에는 절대적 반성이 필요하다. 절망적 상황에는 전면적 개혁만이 살길이다. 이 죽음들을 참되게 위로하고 바르게 기리는 길은 한국 사회를 사람 중심 나라, 생명 우선 사회로 환골탈태시키는 것뿐이다."

"청년들은 이 못난 세대, 불행한 조국의 현실을 기필코 혁신하라.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나라를 발본적으로 뜯어고치라. 이 패덕의 세대, 야만의 국가를 부디 광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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